[2017-09-24] 노컷뉴스 -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엔 장애인 없는 줄 알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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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천사랑복지재단 작성일2019-10-23 08:40 조회1,17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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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한국은 장애인이 없는 나라인 줄 알았다'고요. 어느 거리를 다녀도 장애인들을 보기가 어렵다는 거죠. 우리 사회 인프라를 보면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잖아요. 그들이 버스, 지하철을 쉽게 탈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문영희(51) 양천사랑복지재단 사무총장은 "유럽에서는 장애인들이 일반 버스에 탄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잖나. 그러니 그곳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거리에서 장애인들을 보기 힘드니) 너무 놀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애인들을 집이나 수용시설에 가두는 정책이 이뤄져 온 결과죠. 국가가 나서서 그들에게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으니까요. 장애인들이 사회 시설을 일반인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정상화 구조'와는 몹시 동떨어져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만 봐도 그간 국가가 장애인들을 배제하는 정책을 펴 왔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어요."
문영희 총장은 새 정부 5년의 청사진을 그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복지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사회복지 정책 설계를 함께한 사회복지학 박사다.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난 때는, 공교롭게도 인근 강서구 일부 주민들의 특수학교 설립 반대로 한국 사회가 떠들썩해진 시점이었다.
문 총장은 "특수학교 설립은 복지에 앞서 교육의 관점에서 봐야 할 사안"이라며 "초중등 교육을 남녀 구분 없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처럼, 장애인도 똑같은 교육을 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학교를 짓는 일입니다. 교육기본법에 따라 취학할 연령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처벌 받아요. 의무교육에는 성별·장애 등의 차별을 두지 않잖아요. 단지 그 학교에 장애인들이 다닌다는 것을 이유로 교육정책의 근간을 흔들면 안 됩니다. 이번 일로 장애인 특수학교 관련 정책 설계의 뿌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죠."
◇ "비장애인들끼리만 잘 사는 곳, 무엇을 위한 공동체인가"
그 연장선상에서 문 총장은 "장애인들을 비장애인들로부터 분리해 온 한국 사회가 과연 공동체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 왔는지 고민해 봐야 할 때"라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이유는 사회적 약자, 부족함 또는 불편함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보완해 주기 위함이잖아요. 부족함, 불편함 없이 잘 사는 사람들만 모인 곳은 '그들만의 세상'이지 공동체로 부를 수 없다고 봐요.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곳, 서로 보완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이 공동체인 겁니다. 그렇다면 '비장애인들끼리만 잘 사는 공간은 무엇을 위한 공동체인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겠죠."
그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장애를 갖게 될지 모르고, 노화를 통해 누구나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장애인을 배제하는 사회는 결국 더불어 사는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체로 불리울 수 없다"고 진단했다.
"1950, 60년대 대한민국의 초기 장애인 정책은 그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수용시설에 가두는 것이었죠. 장애인을 '비정상'으로 보는 비뚤어진 인식이 확대 재생산됐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모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장애를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예요. 노화는 장애이니까요. 그렇게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장애를 향해 갑니다. 그 시기가 각자 다를 뿐이죠. 요즘 지어지는 특수학교들은 '유니버설 디자인'(장애인에게 편한 것은 모두에게 편하다는 모토로 만들어진 시설물로 자동문, 저상버스, 높낮이를 바꿀 수 있는 책상·의자 등)이 반영돼 장애인은 물론 지역 사회 노인들도 굉장히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고령화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을 위한 근간 시설이기도 한 거죠. 결국 '장애' '비장애' 구분은 얼마든 바뀔 수 있는 관점의 문제입니다"
이 점에서 문 총장은 "더 나아가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를 나누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쪽으로 문제의식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선진국들은 이미 장애인과 비장애인 통합교육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배려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통합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특수학교가 필요한 이유는 따로 있어요. 한국의 전반적인 사회 기반시설과 마찬가지로 기존 학교 시설은 비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져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보수로 나아지고는 있지만, 당장에는 한계가 있죠. 궁극적으로는 학교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하면서 사회성도 더 발달하고, 조금 불편함을 지녔을 뿐 모두 같은 존재라는 인식을 키울 수 있어요. 지금처럼 분리 교육을 받아 오다가 성인이 돼 인식이 바뀌기는 어려운 법이니까요."
◇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장애를 향해 간다…결국 나와 우리의 일"
문 총장은 과거 방송작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했다. 그러한 그가 사회복지의 길로 들어선 데는 사연이 있다.
"취재차 사회복지 현장에 갈 일이 있었죠. 그때 현장에서 접한 분들이 너무 활기차고 행복하게 일하시는 거예요. 상대를 응대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위로를 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당시에 저는 사실 저 자신조차 위로하지 못할 만큼 일에 치이는 상황이었죠. '기왕에 일을 할 거면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자'는 마음에 사회복지에 발을 들이고 석사·박사를 마쳤죠."
경기도내 최연소 복지관장을 거쳐 대학에서 십수 년 강의를 하면서 경기 광명시의회 의원으로 정계에도 입문했던 그는, 2년 전 서울 양천구 산하 양천사랑복지재단 사무총장으로 사회복지 일선 현장에 복귀했다. 현장은 물론 학계, 정계를 두루 거친 문 총장은 "결국 열악한 현장에 답이 있다"고 역설했다.
"사회복지 현장은 몹시 열악합니다. 국가가 정책을 발표하고 그것이 현장에 오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려요. 정책의 취지가 변질되고 체감도가 떨어지는 일도 다반사죠. 현장에서 도움을 기다리는 분들이 '도대체 언제 내려오냐'고 물으면 희망적인 답변을 드리긴 하지만, 중간에 있는 입장에서 '과연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정책이) 실행되는 건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이 모든 어려움의 근간에는 정부 예산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문 총장의 지적이다. "그동안 사회복지 정책이 예산을 핑계로 축소돼 일선 현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도록 변질된 측면이 컸다"는 이야기다.
"지난 정부에서도 지역 사회가 장애인들을 품어야 한다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어울리는 정상적인 생활을 가능케 하려는 정책은 꾸준히 만들어져 왔어요. 하지만 예산이 항상 발목을 잡았죠. 관심 순위, 정책 순위에서 밀리면서 예산 반영이 안 돼 동력이 떨어진 거예요. 시설에 갖혀 있던 장애인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직업훈련 등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인력·시설이 뒷받침돼야만 그들이 지역 사회에 편입될 수 있습니다."
◇ "국민들이 처한 고통 공감하는 '삶과 함께하는 복지' 절실하다"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 대한 요구가 민간 차원의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 문제를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예산 탓에 뒤로 밀렸던 사회복지 문제를 정상화하는 측면에서 의지를 지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정보통신 접근, 학습권, 이동권 등 장애인 문제가 하나의 챕터로 들어갔습니다. 장애인 정책에 대한 의지를 갖고 실천하겠다는 증거로 여겨지는 대목이죠. 이것이 효과적으로 구현되려면, 결국 기초단체 모든 분야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녹여내야 해요. 복지 담당 부서뿐 아니라 교육·도심환경 부서는 물론 보건소까지 포괄하는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만 유니버설 디자인 등도 실행될 수 있으니까요."
문 총장은 "이러한 사회복지 정책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은 '남 일이 아니라 나와 우리의 일'이라는,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와 확산"이라고 강조했다.
"저희 재단 차원에서 지역민들의 도움으로 '선플 기부 릴레이'를 펼치고 있어요. 안타까운 사연을 공유하고 지역 구성원들이 십시일반 지원금을 모으는 운동이죠. 한 예로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장애를 지닌 학생이 있어요.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던 중 어느 날 음악회에 갔는데, 드럼 소리를 듣고는 '이 길이다'라는 마음에 드럼학원을 다녔고,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붙었죠. 그런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낼 수 없었어요. 이 사연을 지역민들과 공유해 1년치 등록금이 모였죠."
그는 "단순히 기부를 받기 위해 이러한 사례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내 이웃이 이렇게 사는 것을 알게 되면 마음이 움직이는 법이다. 기부는 그 다음 일"이라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역의 사례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자기를 반추하고 이웃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으면, 오로지 자신이 지닌 것의 가치만을 지키고 높이려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쟁을 즐기는 위나라 양혜왕이 맹자에게 묻습니다. 구휼 정책도 펼치고 하는데 백성들이 자신을 따르지 않고 다른 나라로 간다고요. 맹자가 왕에게 답합니다. 당신은 백성들을 전쟁의 도구로 볼 뿐 그들이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입니다. 국정기획자문위 활동을 마치고 청와대에서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할 때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들으면서 '국민들이 어떠한 고통에 처해 있는가를 볼 수 있는 지도자'라고 느꼈어요. 이번 정부의 복지 정책 설계에 참여한 것에 보람을 느끼고, 현장에서 정책을 실천하는 제 소명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죠. 화려한 정책은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의 고통을 어루만질 수 없는 정책은 실효를 거둘 수 없습니다. 삶과 함께하는 복지가 실현될 그날을 그려 봅니다."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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