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3섹터 키워드10] 일상이 된 ‘시민모임’, 경제가 된 ‘임팩트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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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천사랑복지재단 작성일2020-01-03 19:48 조회1,07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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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3섹터에서는 ‘임팩트’라는 단어가 유독 강조됐다. 사회적·환경적 성과를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 확대로 자본시장의 새로운 질서가 형성됐고, 임팩트 효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려는 각계의 시도도 이어졌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에는 어떤 트렌드가 제3섹터를 장식할까. 더나은미래는 기업사회공헌, 비영리, 사회적경제, 학계 등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2020년 제3섹터 키워드’ 10개를 꼽았다.
셀프 애드보커시 운동(Self Advocacy movement)
차별과 편견, 불평등과 부조리에 맞서 누군가의 권리를 보호하고 대변하는 것을 애드보커시(advocacy·옹호) 활동이라고 한다. 내년 제3섹터에서는 문제의 당사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셀프 애드보커시 운동(Self Advocacy movement)’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사자가 전면에 나서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법제도 개선’까지 요구하는 형태다. 보호종료아동 자립 지원 캠페인 ‘열여덟 어른’은 대표적인 셀프 애드보커시 운동이다.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하는 이 캠페인은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에서 나와 자립 정착금 500만원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들의 실상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전해 사회적 지지를 받았다. 당사자들이 경험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해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애드보커시보다 파급력이 크다.
공유경제 2.0(Sharing economy 2.0)
오피스 공유 스타트업 위워크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올 3분기에만 12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한때 공유경제의 성공 신화로 불리던 위워크의 몰락으로 전문가들은 공유경제 시장의 극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유경제 2.0’은 소비 활동을 소유에서 대여로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노동자가 경제 주체로 자리 잡는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공유경제의 탈을 쓰고 플랫폼 사업자만 수익을 독점하는 ‘유사 공유경제’는 사라지고, 이용자와 노동자가 수익까지 나눠 갖는 새로운 모델이다. 해외에서는 공유경제와 협동조합의 만남을 해법으로 꼽는다. 차량 공유 서비스의 경우 타파즈(벨기에), 모도(캐나다) 등 지역 기반 협동조합 형태로 이미 이뤄지고 있으며, 숙박이나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도 확산할 전망이다.
느슨한 연대(Just together)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외치는 Z세대들, 1인 가구의 권리를 찾기 위해 뭉친 청년들, 지역 문제에 관심 있는 주민들…. ‘조직’이라 부르기엔 거취가 자유롭고, ‘모임’이라고 부르기엔 목표가 분명한 ‘느슨한 연대’가 확산한다. 공통의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제도 개선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프로젝트’ 형태의 시민 모임이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구성원에 대한 강제성이나 구속력이 없어 부담이 적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운동의 확장성이 높다. 활동력이나 영향력 면에서 기존 시민단체들을 넘어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인과 개인의 연대를 넘어 서로 다른 조직 간의 느슨한 연대도 생겨나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아동단체들이 뭉치거나, 동물권 보호를 위해 동물단체들이 힘을 합치는 경우다. 공동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을 벌이지만, 끝나면 가볍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느슨한 연대의 장점이다.
패스트 비건(Fast vegan)
2020년에는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햄버거’가 비건 문화 확산의 선봉에 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과 맥도널드는 ‘식물성 패티’를 이용한 햄버거를 내놓으며 기후변화에 민감한 소비자 공략에 나섰고, 채식 시장 대표주자인 모닝스타팜은 식물로 만든 냉장 패티와 냉동 너깃을 내놨다. 특히 모닝스타팜은 2020년 한국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채식 문화가 일상 속으로 빠르게 녹아드는 현상을 ‘패스트 비건’이라고 한다. 패스트푸드(fast food)와 비건(vegan)의 합성어로, 비건 문화를 쉽고 간편하게 소비하는 것을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넌비건(non-vegan) 인구의 채식 경험 확대를 통해 ‘비건 문화는 불편하고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임팩트 경제(Impact economy)
임팩트 투자 규모는 매년 성장하는 추세다. 세계 운용자산 규모는 2013년 460억달러에서 지난해 2390억달러로 폭발적 성장을 보였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가 발표한 올해 전망치는 5020억달러(약 600조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임팩트 투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2020년은 이른바 ‘임팩트 경제의 시대’의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 임팩트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논의는 뜨겁다. 지난 7월 사회적경제박람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임팩트 투자 촉진을 위해 2022년까지 임팩트 펀드를 5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고, 최근 산업은행과 SK그룹은 500억원 규모의 임팩트 펀드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임팩트 경제 규모의 확대 흐름에 따라 사회적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역화(Localization)
지역공동체, 지역자산화, 로컬 크리에이터 등 ‘지역’에 관한 정부 정책과 이슈가 눈에 띄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과 수도권만 바라보던 청년들이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지역의 특성에 창의적인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로컬 크리에이터로 변신하고 있다. 지역의 힘을 길러주고, 공동체를 복원해 지역의 자립을 돕는 사업도 본격화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지역자산화’다. 지역 주민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건물이나 가게, 토지 등을 공동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지역공동체를 살리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해법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의 자산을 다수의 주민이 소유하고 이에 따른 이익을 지역 사회에 다시 흘러 들어가게 하는 게 지역자산화의 핵심이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의 유휴 공간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지역 주민들에게 지원해주는 지원 사업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
기업이 브랜드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이 더욱 강화된다. 지난 6월 프랑스 칸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광고 축제 ‘칸 라이언스’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됐다. 빈곤, 차별, 불평등, 기후변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룬 기업(브랜드) 광고가 수상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쾌한 스토리로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에 일침을 가하는 광고, 신용카드 내역을 분석해 사용자의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는 신기술을 보여주는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기업 광고의 흐름이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서 ‘브랜드를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표현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브랜드 액티비즘은 점점 커져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압축 소비(Compact consumption)
여행은 짐과의 싸움이다. 먼 길 떠나는 여행자는 비로소 간소한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최근에는 일상적인 소비 생활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하는 ‘압축 소비’ 바람이 불고 있다. 최소화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과 달리, 중고품이나 리퍼 상품을 찾아나서는 합리적인 소비에 더 가깝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마켓의 올해 거래액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중고품 거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중고나라에서는 연간 4000억원 규모의 물건이 거래된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소유보다는 경험에 방점을 두는 공유 경제의 확대와도 맞닿아있다. 특히 압축 소비는 기존 제조업에서 최대한 많이 판매해 고정 비용을 낮추고 이익을 높이던 비즈니스 방식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환경을 고려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이나 모양이 일그러진 과일을 싼값에 판매하는 ‘푸드 리퍼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 임팩트(Data impact)
데이터가 곧 돈이라는 말은 당연한 시대. 이제는 데이터 모아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데이터 임팩트’는 개별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인도네시아의 블록체인 전문기업 하라(HARA)는 농촌 청년들로부터 재배 품목, 경작지 모양·면적 등 농업 데이터를 제공받고, 이를 금융권이나 비료 기업과 공유해 경제적인 보상을 지급한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는 새로운 종자 보급으로 수확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 분석할 수 있고, 신규 투자 유치로 농업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 내년에는 데이터 임팩트를 통한 여러 시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편 비영리단체나 공익재단 입장에서는 과제로 남는다. 지난 8월 글로벌 IT기업 오러클의 클라우드 전문기업 넷스위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부 효과를 측정하게 되면 더 많은 기부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팬덤 필란트로피(Fandom philanthropy)
최근 스타 팬덤이 기부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그간 팬들은 스타의 연예계 활동을 응원하거나 생일·데뷔 기념일 등을 축하하기 위해 자선 활동을 벌여왔다. 다만 최근 몇 년 새 기부 규모가 눈에 띄게 늘었고, 작은 비영리 재단의 한 해 기금에 이를 정도로 확대됐다. 일례로 가수 강다니엘 팬덤의 기부 총액은 확인된 것만 6억6576만원에 이른다. 강다니엘이 데뷔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2억원 이상 기부된 셈이다. 방탄소년단(BTS)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아동 폭력 근절 캠페인을 진행해 약 24억원을 모았는데, 이 가운데 7억원은 팬클럽 아미(amy)가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한 스타의 ‘역(逆)기부’ 현상도 일어난다. 최근 포브스가 선정하는 ‘올해의 아시아 기부 영웅 30인’에 이름을 올린 가수 아이유는 지난 9월 자신의 팬클럽 이름으로 사랑의달팽이와 한국소아암재단에 5000만원씩 기부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기자 blindletter@chosun.com]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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