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도 '힙'하게 "묻고 더블로"…유튜버, 나눔 풍속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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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천사랑복지재단 작성일2020-01-03 18:37 조회83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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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난달 23일 유튜버 ‘소련여자’(본명: 크리스티나 옵친니코바)는 서울 정동 사랑의열매 회관을 찾아 1000만원을 기부했다. 소련여자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인기를 끌어 유튜브 개설 4개월 만에 구독자 76만명을 모은 러시아 출신 20대 여성이다.
소련여자는 회관 방문과 기부금 전달식을 영상으로 찍어 이날 유튜브에 올렸다. 제목은 ‘크리스마스 기념 1000만원 FLEX’. FLEX는 ‘겸손하지 않게 자신의 돈을 소비 또는 자랑하는 행위’를 일컫는 힙합계 은어다. 영상에서 소련여자는 “(구독자들의) 기부금 총액 약 400만원”을 언급한 뒤 “묻고 더블로 간다”며 자신의 사비 600만원을 추가로 냈음을 밝혔다. 도박을 다룬 영화 ‘타짜’에서 나온 대사를 인용한 너스레다
"대놓고 기부" 후원 과정도 방송
같은 날 가수 출신 이지혜씨 역시 개인 유튜브 ‘밉지않은관종언니’(구독자 16만명)를 통해 유튜브 수익 전액 기부 의사를 밝혔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4개월 동안의 수익이 총 2300만원이라는 차트 내역을 공개한 뒤, “기부를 조용히 하려고 했는데 조용히 하면 너무 티가 안 날 것 같아 대놓고 기부한다”고 했다. 통상 연예인들은 비공개로 기부한 뒤 뒤늦게 발각되는 형식으로 선행이 알려지곤 했는데, 이를 뒤집었다. 이날 이씨는 방송에서 전북 전주와 경북 경주에 있는 보육원에 각각 전화해 후원 의사를 밝히고 계좌 번호를 묻는 등 후원 과정도 방송했다.
이 밖에도 유명 유튜버들은 강원 산불 화재 등 주요 재난 사건ㆍ사고나 혹은 ‘구독자 X명 돌파 기념’을 계기로 기부 방송을 하고 있다. 현장 봉사활동을 떠나 브이로그(Video와 blog의 합성어로 일상을 촬영한 콘텐츠)를 하는 영상도 많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등의 여파로 국내 기부 문화가 장기간 침체 중인 가운데 유튜버들의 ‘기부 방송’이 기부 온정을 높이는 새로운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 유튜브 방송이 수익 사업의 모델로 자리잡히면서 생긴 1인 광고 시대의 효과다. 주요 특징은 ▶기부 전 과정의 영상 중계와 ▶기부를 긍정적 의미의 과시용으로 밝히는 태도다. 기부는 숨기는 게 미덕이라는 기존 관습의 틀을 깼다. 비영리단체(NPO)들은 당연, 환영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모금기관인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누리 마케팅 본부장은 “공식 집계는 없지만, 유튜버의 기부가 나날이 늘어가는 게 업계 전반적인 경향”이라며 “특히 선행은 진지하고 남몰래 해야 한다는 인식을 깨는 동시에 기부는 재밌고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NPO 관계자도 “기존 후원자분들은 기부 사실을 감추는 걸 미덕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많았는데, 유튜버들은 정 반대”라며 “아무리 홍보 목적성의 기부라 할지라도 이들의 참여는 결과적으로 선한 영향력 확대로 이어진다. 특히 이들을 롤모델로 삼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너무나 긍정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런 경향에 발맞춰 NPO들은 유튜버를 홍보대사에 임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9월 뷰티 유튜버 씬님(본명:박수혜)을,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지난달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각각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2019 초록우산 천사데이 캠페인’에 ‘초통령’ 유튜버 도티(본명: 나희선)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어린 친구들과 실시간 소통량이 많은 도티가 우리 재단의 설립 목적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이들 단체의 유튜버 홍보대사 임명은 모두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 같은 현상에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본인 어필이 중요한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린 데 따른 긍정적인 부수 효과로 보인다”고 했다. 정 교수는 “기부라는 것을 모두가 참여하는 하나의 이벤트나 축제로 인식하게 하는 풍토를 유튜버가 만들어가고 있다”며 “개인 홍보라는 이기심의 발현도 있겠지만, 이를 통해서 좋은 문화가 확산하는 게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부를 통한 이미지 관리에만 매몰될 경우, 단기 유행에 그칠 수가 있다”며 “기부 본연의 이타적인 목적을 살리는 방안으로 사회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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