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올해 사회공헌 지출액 2.6兆
스타트업 육성·기업가 정신 교육 활발
창업 자금·멘토링 등 전방위 지원
공기업도 사회적 가치 창출 적극 나서
사회적 가치 창출이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와 투자자 사이에서 사회공헌을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와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사회적 기여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김종대 인하대 교수(지속가능경영연구소 소장)는 최근 ‘2019 지속가능경영 통합학술대회’에서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사회 진보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한국 사회는 이제 선진국형 경제 성장을 이뤄야 하는 시대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사회갈등과 외부효과에 따른 사회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기술혁신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성장 모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공헌 지출 연 2조6000억원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은 ‘공유가치 창출(CSV)’로 진화하고 있다. 각종 사회 문제를 기업마다 제각각인 원천 사업과 연계해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CSR이 사후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개념이라면 CSV는 시장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작년 기업당 평균 지출액은 12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138억원)보다 8.1% 감소했으나 2016년(107억원)보다는 18.4% 늘었다. 분야별 지출을 보면 ‘취약계층 지원’이 37.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교육·학교·학술이 14.7%, 문화예술·체육 11.0%, 창업 지원 10.9% 등의 순이었다.
○새 트렌드는 ‘업그레이드’
이런 흐름에 따라 스타트업 육성과 창업가정신 교육 활동이 종전보다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공간, 자금, 멘토링,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 자립 기반을 다지도록 돕는 한편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사업 지원금 및 멘토링을 지원하고 있다. 또 연구개발(R&D) 캠퍼스에 있는 전용 업무공간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H-온드림 사회적 기업 창업오디션’을 통해 초기 및 성숙기의 유망 벤처를 선발해 지원금과 창업 교육, 투자유치 행사 등을 제공한다.
전경련은 채용 과정에서도 이런 추세가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채용 계획 수립 단계부터 각 지역사회 취업률을 고려하는 한편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이 꾸준한 구직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공채를 상·하반기에 나눠 진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경련 관계자는 “오랜 기간 노하우가 쌓이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질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를 촉진하기 위해선 더 많은 사회적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한국가스공사 등 앞장
세계 기업의 평균 수명은 13년에 불과하고 30년만 지나면 80%는 사라진다는 게 통설이다. 그만큼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다. 글로벌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 창출 및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핵심 기반으로 삼는 추세다. 미국 국가경쟁력위원회가 수년 전 발간한 국가혁신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혁신 키워드 중 하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 변화’다.
민간기업뿐만이 아니다. 공기업들도 사회적 가치 구현을 경영 목표의 상단에 올려놓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도 사회적 공헌이 기업 명암을 가르고 있다. 평가 점수(100점) 중 사회적 가치 관련 배점만 30점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과 안전경영 등 사회적 가치 구현 지표 점수(22점)에다 노사관계(5점), 직원들의 삶의 질 제고(1점) 등을 합한 수치다.
삼성전자 농협 효성그룹 한국가스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은 지역상생, 벤처 생태계 유지,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 가치 창출 확대에 앞장서 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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