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부, 모두의 사회적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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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규 < 중앙대 총장 president@cau.ac.kr >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다양한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성공한 기업가는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세상의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재산의 95%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투자가 워런 버핏도 “내가 누린 초과분의 대가를 돌려드린다”며 재산의 99%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전 재산의 절반을 사회문제 해결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해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영국자선지원재단은 ‘지난달에 도움이 필요한 낯선 사람을 도운 적이 있는지’, ‘자선단체에 기부한 적이 있는지’, ‘자원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 등 기부행동을 묻고, 이를 기초로 해마다 세계기부자지수를 발표한다.

지난 10년간 126개국 130만여 명을 조사한 결과 미국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영국 등이 최고 세계기부자지수를 보인 상위 10개국에 선정됐다. 예상 외로 저소득 국가인 미얀마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그중 미얀마는 기부율이 무려 81%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기부율이 높은 국가로 선정됐다. 참고로 아시아에서 가장 경제력이 뛰어난 국가 순위를 보면 싱가포르 46위, 한국 57위, 일본 100위 순이며, 중국은 최하위인 126위다.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적 요인보다 사회문화적 요인이 기부행동에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금 규모는 15조원 정도로 국내총생산(GDP)의 1%를 밑도는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4개 국가 중에서는 21위에 해당한다.

기부 내용을 살펴보면 개인적인 기부가 30% 수준이며, 정기적 기부자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기부의 70%는 연말에 일회성 모금으로 한다. 아직도 우리의 기부 행태는 소수에 의한 일회성 이벤트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기부가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부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문화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한때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며 기부가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로 강조되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기부는 모든 이들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무로 인식되고 있다. 기부를 바라보는 시각도 개인적 관점의 자선(charity)에서 인간애(philanthropy) 관점에서 사회를 돌본다는 집합적 행동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방향성과 체계성을 갖추고 기부를 생활화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

기부문화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기부에 대한 철학과 실천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일상생활로 여기는 인식과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 특히 기부행동이 공동체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구체적인 사례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해야 한다. 기부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이며 모두가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것임을 이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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